중동발 긴장이 길어지면서 화장품 원료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보습제와 용매로 쓰이는 DPG(디프로필렌글라이콜)와 1,3-BG(1,3-부틸렌글라이콜)는 일부 품목에서 공급 지연이 현실화됐다. 국내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라인을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우바이오는 이 상황을 정면으로 택했다.책상 위 대응이 아니라, 생산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우바이오 최재춘 대표는 지난 17일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화학소재 기업 ‘하이테크 스프링(Hi-Tech Spring)’ 본사를 찾았다.
단순 미팅이 아니었다. 생산동부터 연구소까지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공정을 하나씩 확인했다. 원료 정제 라인, 저장 설비, 품질 검사 프로세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점검했다.
현장에서 만난 마하이웬 부사장, 구오춘해 해외영업 팀장과의 협의도 공급 조건을 조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공급 안정성과 품질 기준을 동시에 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대표가 직접 공장에 들어가 확인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리스크 대응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하이테크 스프링은 하이커 홀딩 그룹(HAIKE Holding Group)의 핵심 자회사다. 2022년 기준 매출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화학소재 기업으로, 글로벌 인증 체계를 이미 갖춘 상태다. REACH, COSMOS, HALAL, KOSHER 인증을 기반으로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DPG와 1,3-BG 생산 규모는 연간 6,000톤 수준.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이를 1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능력뿐 아니라 최근 3년간 R&D 투자도 크게 늘렸다. 단순 증설이 아니라, 품질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이우바이오는 이미 확보한 물량을 기반으로 국내 공급을 시작했다.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최재춘 대표는 “지금은 가격이나 조건을 따질 단계가 아니다. 중요한 건 끊기지 않는 공급”이라며 “품질이 확인되지 않은 물량을 들여오는 건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직접 확인하고 들여오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우바이오는 그동안 실리콘, 히알루론산, 비건 콜라겐 등 다양한 소재를 국내 시장에 공급해왔다. 이번 대응은 단순한 소싱을 넘어선다.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생산 안정성’을 직접 확보하는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원료 기업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공급을 끊기지 않게 유지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며 “이번 사례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동 변수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공급망이다. 이우바이오는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해 안정적인 원료 조달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단기 대응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최 대표는 “이제는 원료를 얼마나 싸게 들여오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라며 “국내 제조사들이 생산을 멈추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